부산항에서 강원도를 지나 러시아, 그리고 유럽으로 이어지는 초대형 철도 물류망 구상이 본격화되면서, 한국이 대륙과 바다를 아우르는 ‘해륙복합물류 강국’으로 도약할 새로운 길이 열리고 있다.
이 구상의 핵심은 부산항과 강원권 동해항,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하나의 축으로 연결해 유럽까지 이어지는 직통 노선이다. 이 노선이 본격 가동되면, 해상 운송에 의존해오던 기존 교역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운송기간·탄소배출 대폭 절감
국토교통부와 강원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부산에서 동해항을 경유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모스크바–베를린–파리까지 이어지는 철도망은 운송기간이 평균 18~22일에 불과하다. 기존 해상운송(35~40일) 대비 최대 2주 이상 단축되는 셈이다.
또한 운송비용은 초기에는 컨테이너 1개당 6,000~6,500달러 수준이지만, 대량 물량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면 점진적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배출량도 컨테이너 1개당 약 1.8톤 수준으로, 해상운송(3톤)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등 친환경 효과가 크다.
◇ 강원도, 환동해 물류 거점으로 부상
이번 프로젝트에서 강원도가 담당하는 역할은 막중하다. 부산과 러시아를 잇는 관문이자, 유럽행 철도운송의 중간집적지 역할을 동시에 맡는다. 강릉·동해·삼척을 중심으로 구축되는 배후 산업단지와 항만 연계 철도 인프라는 물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핵심 축으로 주목받는다.
강원도 관계자는 “동해북부선이 완공되면 북한을 경유하지 않고도 환동해권 물류를 러시아와 유럽으로 직접 연결할 수 있다”며 “부산과 함께 강원도가 유라시아 경제벨트의 쌍두마차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구체적 노선과 시각자료
철도망 구체 노선은 부산항에서 출발해 강릉–동해–삼척 구간을 경유하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횡단철도로 연결된다. 이후 모스크바와 벨라루스를 지나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까지 총 약 11,000km를 달린다.
국토부가 공개한 지도 시각자료에는 구간별 색상을 달리해 대한민국 구간, 러시아 구간, 유럽 구간이 한눈에 보이도록 구성됐다. 주요 항만과 철도 물류집적지가 아이콘으로 표시돼 있어 교역 경로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 통계로 본 철도운송 혁신성
부산–유럽 직통철도의 연간 예상 물동량은 시범 운영 단계에서 3만~5만 TEU(1TEU=20피트 컨테이너) 규모이며, 향후 연간 최대 15만 TEU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또한 강원도 구간만 해도 연간 약 5조 원 규모의 물류비 절감 효과와 3,500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기대된다.
◇ 해륙복합물류 강국의 길
전문가들은 “이제는 단순히 철로를 잇는 것이 아니라, 각국 철도규격 표준화, 통관·검역 시스템 공동화, 국제협력 체계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산에서 강원도를 지나 유럽까지 이어지는 대륙철도망의 비전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 실현이 머지않았다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 철로가 현실이 되는 순간, 한국은 동북아를 넘어 유라시아 물류허브로 도약하는 역사적 기회를 맞게 될 것이다.
한방통신사 양호선기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