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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24년, 한라산 닮은 ‘한 올’의 사랑… 변명효 회장이 일군 간병 봉사의 기적

2002년 26명으로 시작해 450명 규모로 성장… 제주 전역 누비는 ‘돌봄의 손길’ 이·미용부터 민요 공연까지 ‘토털 케어’ 자처… “환자 섬김은 곧 나를 위한 봉사” 대통령상·국민포장 거쳐 ‘김만덕상’ 수상까지… 제주의 나눔 정신 계승

 

한라산의 정기를 받아 한 올 한 올 정성껏 실을 뜨듯, 소외된 이들의 곁을 24년간 지켜온 이가 있다. 지난 22일, 제주시 이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올간병봉사회 변명효 회장은 칠순을 넘긴 나이가 무색할 만큼 청명한 목소리와 밝은 미소로 ‘간병 봉사’의 외길 인생을 들려주었다.

 

한올간병봉사회의 뿌리는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 말 제주의료원에서 간병 교육을 이수한 100여 명 중, 200시간의 현장 실습을 견뎌낸 정예 요원 26명이 의기투합해 문을 열었다.

 

단체명인 ‘한올’은 한라산의 ‘한’과 실뜨개질의 ‘올’을 합친 말로, 제주의 정신으로 정성을 다해 돌봄을 완성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변 회장은 “초창기엔 정말 어려운 분들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돈이 없어 병원조차 가기 힘든 환자들을 위해 무료 간병을 자처했고, 방치되어 오물투성이가 된 환자들을 직접 씻기며 목욕 봉사까지 영역을 넓혔다.

 

전성기 시절 450명에 달했던 회원들은 현재 150여 명으로 줄었지만, 그 내실은 더욱 단단해졌다. 제주의료원부터 요양원, 경로당까지 그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특히 이·미용 봉사는 이제 베테랑 미용실 원장 출신들이 도맡아 어르신들에게 최상의 예우를 갖춘다.

 

그의 헌신은 화려한 수상 이력으로 증명된다. 보건복지부 장관상, 대통령상, 국민포장을 거쳐 제주 여상의 표상인 ‘김만덕상’까지 거머쥐었다. 변 회장은 “어떤 상보다 김만덕상이 가장 기쁘고 영광스러웠다”며 나눔의 가치를 강조했다.

 

물론 24년의 세월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환자를 돌보다 지쳐 말이 거칠어질 때면 돌아오는 보호자들의 원망과 민원은 큰 상처가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환자와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꼽는다. 불교 신자인 어르신께는 “나도 불교마심(불교입니다)”이라며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그만의 비결이다.

 

최근 젊은 층의 봉사 참여가 줄어드는 현실에 대해 그는 “간병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산전수전을 다 겪은 60대 이상의 경륜이 빛을 발하는 영역”이라면서도, 젊은이들이 타인을 돌보며 마음의 건강을 얻는 기회를 갖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특히 치매 환자를 돌볼 때는 절대 성질을 내지 않고 ‘따뜻한 설탕물’ 한 잔으로 환자의 불안을 달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변 회장은 간병과 봉사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한 문장으로 정의했다. “간병은 나를 내려놓고 환자를 섬기는 자세입니다. 남을 위한 것 같지만 결국은 나를 위한 봉사이며, 제 삶 그 자체입니다.”

겸손하지만 단단한 그의 목소리에서 24년을 이어온 ‘한 올’의 사랑이 앞으로도 제주의 산과 들을 따뜻하게 적실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한방통신사 김동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