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혜자를 불쌍한 존재로 포장하는 마케팅의 함정, 최근 사회복지 분야에서는 "감동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기부 캠페인이 급증하고 있다. 빈곤 아동의 눈물, 장애 노인의 고군분투한 일상 등 감정을 자극하는 콘텐츠로 기부를 유도하지만, 이는 단기적 재원 확보에는 효과적일지언정 장기적 관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내포한다.
특히 "감정 착취" 논란은 사회복지 마케팅의 지속 가능성과 형평성을 의심케 한다. 아동을 이용한 광고가 "빈곤 포르노(POVERTY PORN)"로 비판받는 이유다. 2023년 한국복지패널 조사에 따르면, 감정 기반 기부 경험자의 60%가 1년 내 기부를 중단했으며, 2024년 한국기부문화연구소 보고서는 감정 마케팅 비중 70% 기관의 기부 유지율이 25%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그런가하면, 재정 불안정성과 사회적 편견 재생산이라는 관점에서도 감정 마케팅의 문제는 재원 마련의 효율성만이 아니다. 기부금이 특정 사업에 집중되며 복지 예산의 불안정성을 초래한다. 예를 들어, B복지재단은 연말에 10억 원을 모금했지만, 상반기에는 2억 원의 재원 부족으로 프로그램을 축소해야 했다. 이는 계절성 기부 의존도가 높은 사회복지 기관의 고질적 문제를 그대로 반영한다. 더 큰 문제는 수혜자 대상화로 인한 사회적 편견 강화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연구에 따르면, 감정 마케팅 노출자 중 35%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불쌍한 사람"이라는 프레임은 오히려 사회적 차별을 재생산하고 있는 의구심을 자아내는 듯한 조심스러움이 있다.
진정한 변화를 위한 시스템 전환이 시급하다. 감정 마케팅은 수혜자를 "수동적 대상"으로 전락시킨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변화의 주체"로 묘사하는 캠페인 전환이 시급하다. 예를 들어, "중증 장애인 창업 카페" 성공 사례 등 자립 가능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복지 홍보물의 사회적 편견 요소 분석과 개선이 필수적이다. 한 복지재단장의 "복지 마케팅의 궁극적 목표는 기부를 줄이는 것"이라는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지속 가능한 복지 시스템은 기부에 의존하지 않는 사회에서 가능하다. 진정한 변화는 "감정에 호소"가 아닌 "시스템 혁신"에서 시작된다.
한방통신사 도기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