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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불탄 들판에 희망을 심다”… 안동 산불 복구에 나선 자원봉사단체들

한국자원봉사협의회 주관, 임하1리에서 40여 명 봉사자 구슬땀

잿더미 위에 모인 마음들

 

경북 안동시 임하면 임하1리는 지난 3월 25일 발생한 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주택 수십 채와 비닐하우스, 농기계, 밭과 과수원이 불에 타며 마을은 순식간에 폐허가 됐다. 피해 발생 두 달 가까이 지난 5월 10일, 이곳에 다시 희망의 손길이 도착했다.

 

한국자원봉사협의회(회장 남영찬)를 중심으로, 전국 각지의 봉사단체에서 약 4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복구 지원을 위해 모였다. 세계시민자원봉사클럽, 사랑실은교통봉사대, 한국실버천사봉사단, 시민연대환경365(광명시지부), 안산시자원봉사협의회 등 10여 개 단체가 뜻을 모아 이틀간 임하1리 곳곳에서 땀을 흘렸다.

 

서울을 새벽에 출발한 봉사단은 안동에 도착하자마자 마을회관에 집결한 뒤, 안동시가 제공한 점심식사를 마치고 곧장 복구 현장으로 향했다.

“마치 내 밭처럼”… 구슬땀으로 되살아나는 들판

 

첫날, 봉사자들은 산불로 폐허가 된 토마토밭에 투입돼 수확에 실패한 작물들을 솎아내고, 불에 탄 온풍기와 선별기 등 잔해를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현장에서는 누구 하나 쉬지 않고, 마치 ‘내 밭인 것처럼’ 열심히 손과 발을 움직였다. 그 결과 약 1,000평 규모의 밭이 단 두 시간 만에 정리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작업을 지켜보던 토마토밭 주인은 말을 잇지 못했다. “불이 난 다음날 올라와 봤을 땐, 농기계며 작물이며 모든 게 다 타버린 상태였습니다. 누나는 밭 앞에서 울고 있었고, 저는 아무 말도 못하고 앉아만 있었어요. 지금도 손도 못 댄 채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이죠.” 그의 목소리에는 절망과 체념이 뒤섞여 있었다. 그러나 봉사자들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다시 희망이 비치기 시작했다.
둘째 날에는 사과 묘목 밭과 비닐하우스 주변으로 이동해 묘목 주변의 잡초를 정리하고 잔해물을 수거했다. 전날 빠르게 작업이 진행된 덕분에 이날은 비교적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봉사가 이어졌다. 봉사자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끝까지 힘을 다했고, 현장 분위기 역시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나눔은 사회의 기둥… 플랫폼으로서의 비전

 

현장을 시찰한 한국자원봉사협의회 남영찬 상임대표는 “봉사와 나눔은 단순한 선행이 아니라, 사회를 지탱하는 제4의 기둥”이라며 “한봉협은 앞으로도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민 각자가 자신의 에너지 2%만 나눔에 할애해도, 사회는 훨씬 따뜻하고 안전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봉사 이틀째가 끝난 후, 봉사자들과 마을 주민들은 함께 식사를 나누며 감사의 인사를 주고받았다. 마을 이장 유창규씨는 “생각보다 훨씬 큰 도움이 됐다. 이렇게 와준 것만으로도 마을 사람들 모두가 큰 힘을 얻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서병철 한봉협 사무총장 역시 “혼자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였기에 가능했다”며, 봉사자들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의 뜻을 전했다.

 

산불은 마을을 집어삼켰지만,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은 그 자리에 다시 생명과 희망을 뿌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