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08 (금)

  • 흐림동두천 29.3℃
  • 흐림강릉 30.6℃
  • 흐림서울 32.3℃
  • 구름많음대전 30.7℃
  • 구름조금대구 32.7℃
  • 구름많음울산 30.7℃
  • 구름조금광주 31.8℃
  • 맑음부산 32.0℃
  • 구름조금고창 32.7℃
  • 구름조금제주 31.6℃
  • 흐림강화 30.0℃
  • 흐림보은 29.2℃
  • 구름많음금산 31.4℃
  • 구름조금강진군 31.5℃
  • 맑음경주시 32.0℃
  • 맑음거제 31.0℃
기상청 제공

시니어 소식

[이건실 칼럼] 우리는 왜 몰키를 함께 던졌는가 – 세대를 잇는 느린 걸음

“어르신은 왜 외로울까.” 저는 오랫동안 이 질문을 품고 살아왔습니다. 숫자상으로는 복지 제도가 늘고, 시설도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어르신들의 얼굴엔 여전히 웃음보다 침묵이, 참여보다 고립이 먼저 자리합니다. 건강은 병원에서, 식사는 복지관에서 해결되지만, 마음은 어디서 돌봐야 할까요? 저는 그 해답이 ‘관계’에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관계의 회복은 세대 간의 연결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올해, 한 가지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세대가 함께 웃고, 함께 움직이며, 함께 추억을 쌓는 시간을 만들어보자. 그렇게 해서 ‘세대동행 몰키(MOLKKY) 대회’가 탄생했습니다. 몰키는 핀란드에서 온 놀이입니다. 나무핀을 던지고 쓰러뜨려 점수를 얻는 단순한 게임이지만, 전략과 배려, 협력이 필요합니다. 힘보다는 정확함이, 경쟁보다는 협동이 중요한 경기입니다. 무엇보다도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놀이라는 점이 저에게는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8월 6일, 홍천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제1회 대회에는 어르신들과 청소년들이 함께 팀을 이뤄 경기에 나섰습니다. 경로당에서 몰키를 처음 배워보던 어르신들은 손주 뻘 되는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우리 팀이니까 같이 해보자”며 웃음을 나눴고, 처음 만난 청소년들도 어르신이 던진 핀에 박수를 보내며 진심으로 함께했습니다. 한 소녀는 “처음엔 어색했는데 할아버지가 웃어주시니 괜찮아졌어요”라고 말했고, 어느 어르신은 “요즘 아이들과 친구가 된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이보다 더 뿌듯한 순간이 있을까요?

 

몰키 경기의 규칙 중 하나는 ‘50점을 넘으면 다시 25점으로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규칙이 참 좋습니다. 실수해도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것, 너무 앞서가면 잠시 멈춰야 한다는 것, 그리고 혼자보다는 함께 가는 게 더 낫다는 것. 인생과 참 닮아 있습니다. 어르신과 아이가 함께 손을 맞잡고 공을 던지는 그 장면은, 우리가 다시 회복해야 할 공동체의 한 단면이었습니다.

 

물론 이 대회가 완벽하진 않았습니다. 예산은 부족했고, 홍보는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시작’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단 한 번의 웃음, 단 한 명의 아이가 어르신을 진심으로 바라보는 순간이 만들어졌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이번 대회를 일회성 행사로 끝내지 않을 생각입니다. 몰키를 중심으로 한 세대동행 문화가 지역마다, 마을마다 자리 잡고, 경로당과 학교, 복지시설, 지역축제 속으로 스며들 수 있도록 더 뛰겠습니다.

 

사람은 결국 사람을 만나야 외롭지 않습니다. 나이가 많다고 뒷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도, 어리다고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모두 같은 사회 안에서 함께 숨 쉬는 ‘세대’입니다. 다만, 연결되지 못한 채 각자의 방 안에서 고립되어 있을 뿐입니다. 저는 몰키라는 이 작은 나무핀을 통해 그 문을 두드려보고 싶었습니다. 손에 손을 잡고 같은 방향을 향해 걷는 일, 그것이 바로 ‘동행’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라고 믿습니다.

 

끝으로, 함께해주신 모든 참가자분들과 자원봉사자, 홍천군과 강원도, 후원해주신 기관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과 함께 던졌던 그 공 하나하나가 세대 간 소통의 씨앗이 되어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향해 굴러가길 바랍니다. 우리는 이제 막 첫 걸음을 뗐습니다. 그리고 그 걸음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이건실 | (사)대한노인회 강원특별자치도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