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대표 에너지 정책으로 꼽히는 11조 5000억 원 규모의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주도 기업을 둘러싼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정부가 목표 시점을 기존 2036년에서 2030년으로 5년 앞당기며 속도를 내자, 국내 전력업계에서는 송전 케이블 분야 강자인 대한전선이 실질적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 핵심은 HVDC 케이블 공급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은 호남권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태양광·해상풍력)를 수도권으로 직접 송전하기 위해 총 620km 길이의 해저·지중 초고압 직류송전망(HVDC)을 구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HVDC 사업에서 핵심은 크게 두 가지, ▲변환설비(변압기·밸브)와 ▲송전 케이블이다. 변환설비 분야는 LS일렉트릭, 현대일렉트릭 등 전력기기 기업이 참여하지만, 송전망의 안전성과 완성도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케이블 공급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HVDC는 수백 km를 지중·해저로 관통하는 만큼 케이블의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프로젝트의 중심축은 사실상 케이블 공급사”라고 설명했다.
■ 대한전선,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 주도
대한전선은 이미 전 세계 해저·지중 HVDC 케이블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져왔다. 해저케이블 분야에서는 글로벌 5대 기업 중 하나로 꼽히며, 최근 수년간 대규모 수주 실적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입증했다.
특히 대한전선은 2024년 말 한전이 발주한 동해안~동서울 HVDC 프로젝트에서 5천억 원대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급 계약을 따내며 국내 최대 규모 HVDC 케이블 사업을 수행 중이다. 또한 유럽, 중동 등 해외 프로젝트에도 연이어 참여하면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업계는 “LS일렉트릭이 변환설비에서 기술력을 확보했지만, 국가기간망의 안전성과 직결된 송전 케이블 분야는 대한전선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 11조 중 절반 가까이가 케이블 분야
서해안 HVDC의 전체 사업비 11조 5천억 원 중, 송전 케이블 관련 예산만 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변환소 건설과 변압기, 밸브 국산화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600km가 넘는 전력을 안정적으로 끌어오기 위해서는 초고압 해저케이블과 지중케이블 공급 능력이 절대적이다.
대한전선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용량 HVDC 케이블 생산 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미 광양·당진 등 국내 공장에서 양산 체제를 구축해 놓았다. 이는 향후 서해안 HVDC 사업의 본격 착공 시 대한전선이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가질 수 있다는 전망을 뒷받침한다.
■ “LS는 설비, 대한전선은 실질 주도”
정부는 2030년까지 호남권 재생에너지를 수도권 산업단지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업계 관계자들은 “LS일렉트릭이 변환설비를 책임진다면, 대한전선은 국가 기간망을 실제로 잇는 송전 케이블을 책임지는 주도 기업”이라고 강조한다.
또 다른 전문가도 “HVDC 프로젝트는 결국 ‘송전로 확보’가 관건이다. 케이블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한전선이 없으면 서해안 HVDC는 시작조차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2040년 전국망 시대, 대한전선 역할 확대
정부는 서해안 고속도로 이후 2040년까지 남해와 동해를 연결하는 U자형 전국 HVDC 전력망 구축도 계획하고 있다. 총 사업비는 2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이 사업 역시 대한전선이 중심에 설 것으로 내다본다.
국내 전력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한전선은 이미 국내외에서 HVDC 케이블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서해안 고속도로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전력망 현대화의 실질적 주도 기업은 대한전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한방통신사 양호선기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