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뉴스통신사=신유철 기자] “다가오는 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현재 65세의 노인 연령을 75세로 상향 조정할 것을 제안한다.” 지난 21일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취임사에서 이중근 대한노인회장이 언급한 말이 세간에 주목받고 있다. 부영그룹 회장인 그는 올해 초에도 직원들에게 아이 1명당 1억 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해 화제가 된 인물이다.
이 회장은 지난 8월 27일 열린 19대 대한노인회 중앙회장에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됐다. 대한노인회장 취임식에서 그는 “고령화가 지속 되면 현재 1000만 명인 노인 인구가 2050년에는 20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40%에 달한다. 국가가 노인 복지에 치중하다 보면 생산인구가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현재 65세인 노인 연령을 매년 70~75세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며 노인 문제 해결 방법을 제시했다.
이 회장의 발언이 타당하게 들리는 것은 이런 방법을 실천한다면 현재 정부의 고민거리인 노인 일자리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1석 2조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정년 연장과 같은 제도를 도입하면 신규 노인 진입자가 기본 수당을 받으면서 경제활동에 참여해 당당한 노인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노인 부양을 비롯한 초고령화 사회의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침, 고령화와 평균 수명 연장 등으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지급 시점을 늦추자는 의견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노인을 대표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이 같은 문제를 거론한 것은 분명 주목받을 만한 일이다.
그의 생각에 공감을 갖는 것은 현재 65세 연령대의 노인들이 본인이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례가 없다. 조사자료에서도 우리나라 노인들의 기대수명이 2022년 기준 82.7세로 지난 1970년 62.3세보다 20.4세나 늘어났다. 1969년 노인 권익 신장을 위해 설립한 대한노인회는 회원 300만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노인단체다. 그래서 그의 말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다.
이 회장의 발언은 즉각 반향을 일으켰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여성과 노인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데 굉장히 중요한 점을 감안 하면, 노인 연령기준 상향은 중요한 문제“라고 화답했고, 오세훈 서울시장도 ”함께 고민하며 해법을 모색 해야 된다“고 동조 했다.
행정안전부에 집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는 1000만62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주민등록인구(5126만9012명)의 19.51%가 노인이다. 이제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셈이다.
이 회장은 최근 노인 권익 신장을 위한 재가(在家) 임종에 대한 4가지 방안도 제시했다. 재가 임종 제도는 노인들이 요양원이 아닌 집에서 임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 회장은 “현재 요양원에서 쓸쓸히 임종을 맞이하는 분이 많아 요양원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처럼 재가 간병인 예산을 만들어 노인들이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들의 손을 잡고 임종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효과적인 노인 돌봄을 위해 외국인 간호조무사의 국내 취업 허용 등도 제안했다.
이 회장의 모든 계획은 행동으로 보여준다. 말로만 떠드는 노인이 아니라는 것을 직접 실천하고 있다. 올해 초 이 회장은 출산한 임직원 66명의 자녀 70명에게 1인당 1억원(다둥이 2억원, 연년생 2억원)씩 총 70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도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은 전액 비과세해 기업의 부담을 줄여 주라”는 방침을 내놨다. 현재 ‘부영 효과’는 다른 기업들로 확산돼 사회적 관심과 함께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부영은 지난 7월 인구의 날 기념행사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그의 선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6월에는 “고향을 지켜줘서 고맙다”며 고향 마을 주민을 비롯 친인척, 초·중·고 동창, 군 동기 및 전우들에게 최대 1억원, 총 2650억원을 개인 기부해 기부문화를 정착시킨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노인회는 30일 오후 1시 30분 백범 기념관 대회의실에서 2024년 ‘경로당 활성화 사업 성과대회’를 개최하고 우수 기관과 직원들에 대한 시상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모든 노인들은 겸손한 태도로 존경받는 노인회를 만들겠다”라고 다짐했다.
자신이 쌓은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아름다운 행동이다. “노인다운 노인으로 후대를 생각하며 국가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당선 소감을 실천하고 있는 그의 행동에서 존경스러운 어른의 모습이 발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