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방통신사 신유철기자 |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폐합 방안을 둘러싸고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게 확산되고 있다.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 51명은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군 사관학교 통합 추진을 “반(反)역사적 안보 자해극”이라 규정하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사관학교 통폐합은 각 군의 전문성을 약화시키고 대한민국 국방력을 훼손하는 결정”이라며 “날로 복잡해지는 전장 환경에서 필요한 것은 통합이 아니라 각 군 전문성의 강화”라고 주장했다.
원외위원장들은 특히 인공지능(AI)·드론·무인전투체계 등 첨단기술 도입으로 전투 양상이 급변하는 상황을 언급하며 “이럴수록 육·해·공군 특성에 맞춘 특화된 장교 양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생도 시절부터 통합 교육을 실시하면 지상 야전훈련, 항해실습, 비행기초실습 등 각 군 고유 교육이 ‘수박 겉핥기식’이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막대한 예산 부담도 문제로 제기했다. 이들은 “3군 사관학교를 한곳으로 모으려면 연병장, 강의동, 생활관, 훈련장 등 기본 인프라를 새로 지어야 한다”며 “대규모 부지 확보와 수조 원대로 추정되는 국방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육·해·공군의 교육 특성상 ‘원캠퍼스’ 체제 자체가 비효율적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원외위원장들은 “공군 비행훈련을 위한 비행장, 해군 함정훈련과 항해실습을 위한 전용 항만 등은 지리적 제약으로 한곳에 집약하기 어렵다”며 “결국 생도들이 전국 훈련시설을 장시간 이동해야 해 교육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군의 정치적 중립과 문민통제 원칙도 핵심 쟁점으로 부각됐다. 이들은 헌법의 군 정치 중립 규정을 언급하며 “문민통제란 군의 정치 개입을 차단하면서 군사 전문성을 존중하는 것”이라며 “군을 정치적으로 장악하거나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문민통제가 아니라 정치 개입의 다른 형태”라고 비판했다.
또 미국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의 저서 『군인과 국가』를 인용하며 “민주국가에서 바람직한 민·군 관계는 문민통제와 군사 전문성이 조화되는 구조”라며 “일부 정치군인의 과거 행태를 이유로 전체 육사 출신을 잠재적 쿠데타 세력으로 보는 것은 사실상 연좌제적 사고”라고 지적했다.
사관학교 통폐합이 국회의 입법사항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원외위원장들은 “육·해·공군 사관학교는 국군조직법과 개별 법률에 따라 설치된 장교 양성기관”이라며 “폐교나 통합과 같은 중대한 제도 변경은 반드시 국회의 입법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과 국방부가 국회를 사실상 배제한 채 일방 추진한다면 권력분립 원칙과 국회의 입법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 사례도 언급됐다. 이들은 태국의 통합 군사교육 체계가 군 내부 강력한 인맥과 사조직 형성, 군부 정치 개입으로 이어진 점을 지적하면서 “사관학교 통합이 곧바로 합동성 강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치적 군 조직을 강화할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베네수엘라의 경우도 언급하며 “군사교육기관 통합 이후 각 군 작전 전문성이 약화되고 군의 정치적 도구화가 심화된 사례”라고 소개했다.

원외위원장들은 “국가안보는 정권의 정치적 퍼포먼스나 갈등 조정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수십 년 전 일부 정치군인의 잘못을 빌미로 전체 군과 사관학교를 매도하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이재명 정부를 향해 경고했다.
이들은 “군의 쿠데타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군을 정치 장악 대상으로 삼는 이중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며 “국회와 국민, 군사 전문가들의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논의 없이 육사 폐교와 3군 사관학교 통합을 강행한다면 국민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3군 사관학교 통폐합은 단순한 학교 이전이나 행정조직 개편이 아니라 대한민국 군의 백년대계와 국가안보 방향을 좌우하는 사안”이라며 “정권 차원의 속도전이 아니라, 충분한 공론화와 국회 논의를 통해 국가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