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9회 강릉바다학술대회후 시민들과 단체 사진
강릉의 가을 하늘 아래, 전통과 학문이 만났다. 진또배기의 본고장 강릉에서 우리 민속문화의 뿌리를 확인하고 미래 유산의 길을 모색하는 학술의 장이 열려 지역사회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 대회사로 인사말을하는 동해바다연구회 이한길 이사장
지난 9월 26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강릉 명주예술마당에서는 제9회 강릉바다학술대회가 “강릉 진또배기와 한국의 솟대”라는 주제로 성대히 펼쳐졌다. 동해안바다연구회가 주최하고 강원민속학회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강원특별자치도와 강릉시, 한국수력원자력 강릉수력본부가 든든히 후원해 더욱 빛을 더했다.
- 1주제 '강릉 강문진또배기의 현장적 고찰'을 발표하는 강릉원주대 장정룡교수
올여름 긴 가뭄으로 개최가 불투명했으나, 9월 중순 단비가 내려 학술대회는 무사히 진행됐다. 대회사를 맡은 동해바다연구회 이한길 회장은 “작은 규모로나마 전통과 학문을 잇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어 기쁘다”며 환영사를 건넸다.
■ 제1부, 진또배기 현장을 무대로
제1부는 신승춘 강릉원주대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첫 발표에 나선 장정룡 강릉원주대 교수는 ‘강릉 강문진또배기의 현장적 고찰’을 주제로, 강문마을의 오랜 역사를 사진과 함께 생생히 풀어냈다. 그는 “진또배기는 무형유산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해 큰 호응을 얻었다.
- 솟대의 유형문화재의 가치와 보존을 토론하는 한국솟대문화연구원 김숙경원장
토론자로 나선 김숙경 한국솟대문화연구원 원장은 “세계인들이 매혹되는 솟대문화는 강릉이 지켜온 귀한 문화유산”이라며 전승의 중요성을 환기했다. 방청석에서도 “강문 솟대공원과 솟대다리를 진또배기공원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장 교수는 “그게 맞다”고 답해 현장 분위기를 달궜다.
특히 장 교수는 30년 넘게 간직해온 진또배기를 김숙경 원장에게 선물하며 훈훈한 감동을 자아냈다.
■ 제2부, 지역별 솟대신앙의 향연
이채성 전 한국수산광삭원장이 좌장을 맡은 제2부에서는 강원대 이학주 교수의 ‘춘천지역 솟대신앙 전승과 성격’, 한남대 김효경 교수의 ‘충남·전북 솟대신앙의 존재 양상’, 부산교대 심상교 교수의 ‘옥계 진또배기 서낭당의 위계와 장력’ 발표가 이어졌다.
각 지역의 솟대신앙이 어떻게 뿌리내리고 이어져 왔는지 비교·분석하는 시간은 학자들의 열정적인 토론과 방청객들의 질문으로 더욱 풍성해졌다.
■ 학문과 축제가 만난 하루
총 5시간 동안 이어진 학술포럼은 짧은 휴식 외에는 쉴 틈 없는 열정으로 채워졌다. 참석자들은 명주동 카페에서 도시락과 커피로 간단한 저녁을 대신하면서도 토론의 열기를 이어갔다. 강단 위 학자들의 발표와 객석의 공감, 그리고 진또배기를 향한 애정이 하나로 어우러지며 학술대회장은 작은 축제의 장이 되었다.
다만 강릉시 관계자들의 참여가 저조했던 점은 아쉬움을 남겼다. 주최 측은 “앞으로는 민과 관이 함께 호흡하며 지역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강릉 진또배기의 역사적 의미와 한국 솟대문화의 무형유산적 가치를 새롭게 조명했다. 진또배기의 고장 강릉은 이날, 학문과 문화가 어우러진 화려한 무대 위에서 다시 한 번 전통의 힘과 미래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한방통신사 김동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