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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분(秋分)지나고 가을을 알리는 서늘한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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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2-10-17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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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참 빠르게 흐른다. 달력을 살펴보니 지난 9월 23일 추분(秋分)이 몇 일 지났다. 추분은 여름과 가을의 뒤바뀌는 계절의 전환점으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이다. 그리고 1년 24절기 중 백로와 한로 사이에 있는 16번째 절기다.

이날을 계기로 낮이 길었던 계절이 밤이 긴 계절로 바뀌게 된다. 추분이 지나면 점차 밤이 길어지면서 날씨도 서늘해져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추분이 지나는 시기는 논과 밭의 온갖 곡식이 무르익어 오곡 백화가 풍성한 계절이다.

모처럼 가을의 풍요로운 경관을 보기 위해 바람이 부는 들판 길을 달려본다. 황금 물결이 펼쳐진 평화스런 풍경 앞에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숲의 모습이 장관이다. 들녁 둑 방 길 소로에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걷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여유가 있다. 바람을 가르며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는 역동적인 젊은이들의 모습은 더욱 보기 좋다.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더욱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사과나무 잎새 사이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붉은 능금,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호숫가에서 하늘을 나르는 잠자리 떼의 군무(群舞), 언뜻 눈에 들어오는 파란 하늘과 뭉개 구름, 잠시 일상에서 부대끼던 피로감을 덜어주는 시간 들이다.

어느새 발길이 호젓한 산모퉁이로 접어든다. 길가에 무심히 피어있는 호박꽃들, 낮은 담장을 타고 하늘을 향해 벋어있는 잡풀 넝쿨들이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뒷동산 밤나무와 상수리나무들이 어울려 있는 숲속에는 휘파람 소리를 내며 다람쥐와 청설모가 날아다니고, 알밤과 도토리를 줍는 노인들과 어린이들의 모습도 한가롭다.

한해 중 추분과 춘분은 모두 밤낮의 길이가 같지만 기온을 비교해보면 추분이 10도 정도가 높다. 아직 여름의 더위가 남아서다. 낮 더위와 일조량이 많아지면 농작물의 수확에는 이롭다지만, 밤. 낮의 일교차로 계절에 맞는 적당한 옷가지를 챙겨 입는 데는 조금은 애매한 계절이다.

우리나라는 고려 시대부터 추분에는 국가에서 수명(壽命)장수를 기원하는 노인성제(老人星祭)를 지냈다는 얘기가 있다. 조선 시대에는 나라에서 지내는 가장 작은 제사인 소사(小祀)를 지냈다는 기록도 사전(祀典)에 등재돼 있다. 아마도 요즘처럼 장수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노령층을 배려한 행사인 것 같다.

추분에 부는 바람을 보고 이듬해 농사를 점치는 풍속도 있었다고 한다. 건조한 바람이 불면 다음 해 대풍이 든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기상관측이 오늘날처럼 발달하지 않은 시대라서 자연이 전하는 기운을 감지하며 다가오는 농사의 풍흉을 점쳤던 것 같다. 옛 속담에 ‘추분이 지나면 우렛소리 멈추고 벌레가 숨는다’ ‘덥고 추운 것도 추분과 춘분까지다’ 라는 말도 있다. 계절의 경계를 알기 쉽게 표현한 말 같다.

가을의 문턱에서 지난여름을 되돌아 보면, 온 국민들은 참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유래 없는 대홍수로 일부 남부지방에서는 큰 피해가 발생했고, 숨이 막히는 무더위 속에서도 쉽게 마스크를 벗지 못한 채 답답한 일상을 보내야만 했던 고통의 시간이었다. 이제 여름의 악몽은 사라졌지만, 기억 속에 남아있는 마음속 앙금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여름의 기억들이 멀어지면서 도심 곳곳에는 다채로운 축제와 전시회 준비가 한창이다.

어디 가을을 맞는 경험이 올 한 해 뿐이던가. 수년째나 비슷한 모습의 가을이 우리 곁에 다가왔다 지나갔다. 그러나 올해의 가을은 이전과는 다른 분명 새로운 경험이다. 차가운 기온과 함께 찾아오는 가을은 사람들의 허전한 마음속을 파고든다. 우리들의 허전하고 텅 빈 마음속에는 그리운 얼굴들과 멀어져간 추억들이 떠 오르는 계절이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차가운 기온과 함께 주변의 나무들이 붉고 노란색 옷으로 갈아입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면 지난여름 무성했던 나뭇잎들이 거추장스러운 세월의 욕심을 떨구어내듯 사라질 것이다. 이번 가을에는 새로운 각오로 지난해 같은 무렵 실천하지 못했던 일을 시작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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